디지털 장의사는 고인의 온라인 자산을 정리하며 유족의 정서적 부담을 덜어주는 신흥 전문직입니다. 실제 현업에서 활동 중인 디지털 장의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직업의 매력과 단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현실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 현장에서 느끼는 특별한 보람과 매력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생소하지만 점점 주목받는 분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고인의 이메일이나 SNS 계정을 삭제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유족의 정서적 아픔을 덜어주고, 고인의 삶을 마무리하는 정리자이자 중재자, 그리고 때로는 기억을 지키는 기록자 역할까지 해내기도 합니다. 현업에서 활동 중인 디지털 장의사 이수현(가명) 씨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엔 단순한 계정 삭제 대행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유족을 만나고, 고인의 계정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그분의 삶과 생각을 간접적으로 마주할 때면, 마치 고인을 대신해 마지막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기분이 들었죠.” 이처럼 현장의 디지털 장의사들은 정보를 지우는 일이 아닌, 기억을 정리하고 의미를 남기는 일에 가까운 업무라고 말합니다. 또한 이 직업의 큰 매력 중 하나는, 기술적 지식과 감성적 민감성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한편으로는 클라우드, 이메일, SNS 계정, 암호화폐 지갑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필수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유족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섬세함도 요구됩니다. 특히 유족과의 상담 과정에서는 조심스러운 대화와 정중한 태도, 배려 깊은 언어 표현 기술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균형 있는 소통 능력은 단순한 기술직군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밖에도 디지털 장의사의 또 다른 매력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는 점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디지털 장의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고령화 사회, 1인 가구 증가, 그리고 디지털 자산 확대라는 세 가지 흐름은 이 직업의 필요성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 줍니다. 아직은 제도적으로 정비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만큼 창의성과 개척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즉, 누군가의 마지막 이야기를 정리하고, 남겨진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가장 인간적인 위로와 기술적인 전문성이 교차되는 직업, 그것이 바로 디지털 장의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한계와 직업적 고민들
그러나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동시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점은 바로 제도적 부재입니다. 현행법 어디에도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군은 존재하지 않으며, 자격증이나 법적 인증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누구든 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반면, 신뢰도와 전문성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업에서 활동 중인 장의사 김정우(가명)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객들은 정리해 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플랫폼에서는 저희를 제삼자로 간주해 정보 접근을 제한하거나, 법원 명령이 없으면 요청 자체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아요.” 즉, 플랫폼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은 디지털 장의사들에게 상당한 실무적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인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법률적 위험 요소도 항상 존재합니다. 삭제 요청을 처리했지만, 나중에 가족 중 일부가 “왜 삭제했느냐”며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고, 고인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를 보존하거나 이전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로 해석될 여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업무 자체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법률 지식이나 윤리 기준에 대한 내부 교육과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감정 노동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유족, 갑작스러운 사고로 정리되지 않은 계정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과의 대화는 디지털 장의사에게도 큰 감정적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 일을 오래 해온 베테랑 디지털 장의사조차도, “사망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한 줄의 메시지를 보는 것조차 가슴이 먹먹하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또한 업무 수익 구조도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서비스를 찾는 수요는 점점 늘고 있지만, 표준화된 가격 체계가 없다 보니 업체마다 수수료 편차가 크고, 서비스 범위에 따라 유족과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유족은 “단순 계정 삭제만 요청했는데 수십만 원이 들었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반면, 다른 유족은 “사진과 영상을 모두 정리해 주고, USB로 전달해 줘서 그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서비스 표준화와 합리적 요금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이유입니다.
디지털 장의사의 전망과 변화, 이제는 제도화의 시간
이처럼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장의사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직업임에는 분명합니다.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높아지고, 온라인상의 삶이 현실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서 누군가의 디지털 생애를 정리해 주는 직업은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선 사회적 역할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장례식장과 묘소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온라인 데이터 공간이 하나의 추모 공간이자 기억의 창고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만큼 디지털 장의사의 전문성은 더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며, 단순한 민간 서비스가 아닌 공공 영역과 연계한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디지털 유산 정리 지원 서비스를 시험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에서도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을 발급하거나, AI 기반 데이터 정리 설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에는 이 직업이 디지털 법률 상담사나 가상 유산 관리자 등 더 전문화된 형태로 세분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직업이 단순히 계정 삭제나 기술 작업에 그치지 않고, 정서적 치유와 죽음의 문화에 기여하는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입니다. 법률상 디지털 자산의 상속 규정 마련, 플랫폼과의 협조 체계 구축, 자격 인증 및 윤리 규범 수립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지금까지의 기술자 중심 구조를 넘어서 정서적 공감, 심리적 배려, 사회적 책임이 어우러진 복합적 전문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도와 사회가 이들을 하드웨어 관리자가 아닌 디지털 애도 문화의 새로운 디자이너로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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