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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는 현실

by leewh0929 2025. 7. 21.

디지털 장의사는 고인의 온라인 계정과 데이터를 정리하는 전문 서비스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망자의 개인정보와 자산을 다루는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법 제도와 자격 기준이 부재한 현실은 심각한 사각지대와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 법적 근거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의 등장과 법적 공백

디지털 장의사라는 개념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인은 생전에 이메일, 클라우드, SNS, OTT, 쇼핑몰, 암호화폐 등 수많은 온라인 자산을 관리하면서 살고 있고, 사망 이후 이 정보들이 어떻게 정리되고 삭제되는지에 관한 문제가 점점 중요한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존재가 디지털 장의사입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사망자의 온라인 계정을 대신 정리하고,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폐기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일부 디지털 장의사는 유족과 협의하여 고인의 온라인 흔적을 추모 콘텐츠로 남기는 일도 병행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아직까지 법적으로 정의된 바가 없습니다. 직업군으로 등록된 적도 없고, 관련 자격증이나 인증 제도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는 디지털 장의사로 활동하는 업체들이 전부 민간 기업의 자율 운영 형태로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디지털 장의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영업을 할 수 있으며, 이들이 고인의 계정과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국가의 규제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다 보니,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사망자의 계정에는 사진, 영상, 이메일, 개인 메시지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정보를 제삼자가 정리한다는 것은 곧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는 아무런 법적 자격 없이 자유롭게 운영되고 있으며, 관련 종사자에 대한 교육이나 감독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일부 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내부 규정을 마련하거나, 개인정보 보호 관리체계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강제성 있는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허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를 표방하며 유족을 상대로 고액의 비용을 청구하거나, 위조된 서류로 계정 접근을 시도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법적 기반 없이 운영되는 현실은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개념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장의사와 개인정보보호법 사이의 충돌

디지털 장의사가 고인의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리하는 과정은 사망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가 처리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핵심적으로 논의되는 법적 기준이 바로 개인정보보호법입니다. 그러나 현재 이 법률은 디지털 장의사의 활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기본적으로 정보주체 본인의 동의 없이는 개인정보 수집, 이용 및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자는 법률상 정보주체로 보지 않기 때문에, 사망자의 개인정보는 법적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장의사가 사망자의 계정에 접근하거나 데이터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는 불법도 합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일부 플랫폼은 이 공백을 피하기 위해 사망자 처리 전용 절차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애플은 사망자의 가족이 일정 서류를 제출하면 계정을 삭제하거나 데이터에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플랫폼의 내부 운영 정책일 뿐, 국가 차원의 법률 기준이 아닙니다. 또한 디지털 장의사가 유족을 대신해 요청할 경우, 플랫폼은 이를 승인하지 않거나 법원의 명령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장의사의 활동은 플랫폼의 정책과 개인정보보호법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민간업체가 유족의 동의만으로 사망자의 민감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자칫하면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로 이어질 수 있다 보니, 실제로 일부 유족이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정을 삭제했다는 이유로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에 항의하거나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망자 계정에 남아 있는 유료 콘텐츠나 금전적 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수익 계정이나 가상화폐 지갑, 클라우드 저장소 유료 상품 등은 단순한 계정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가 이를 정리하거나 삭제할 경우, 상속재산의 처분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디지털 장의사는 활동할수록 법적 위험을 함께 안고 가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현재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는 개인정보보호법, 상속법, 전자거래법 등 여러 법률의 공백 사이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맞추며 운영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유족입니다. 정당한 요청을 했음에도 플랫폼에 거절당하고, 민간업체에 비용을 지급했음에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법률이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규정해줘야 할 때입니다.

제도화 없는 디지털 장의사, 유족과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디지털 장의사가 제도화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은 유족에게 실질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망한 가족의 계정을 정리하거나 데이터 삭제를 요청하고 싶어도, 그 절차는 복잡하고, 각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서류나 기준도 제각각입니다. 이런 복잡한 구조 속에서 유족은 디지털 장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지만, 법적 보장이 없는 서비스다 보니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지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품질의 차이와 소비자 피해입니다. 디지털 장의사로 활동하는 업체나 개인 간에 자격 기준이나 윤리 규범이 없다 보니, 상담만 받고 고액 수수료를 받은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삭제 요청이 기각된 경우에도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인이 이용했던 플랫폼이 해외 기업일 경우, 언어 장벽과 법률적 한계 때문에 유족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빈번하다보니, 그만큼 디지털 장의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누구도 디지털 장의사가 법적으로 자격을 갖췄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유족의 개인정보와 사망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디지털 유산의 정리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도화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규제나 통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장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일정한 기준 아래에서 공공성과 책임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공인 자격 제도와 법적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국가공인 자격시험을 통해 디지털 장의사를 인증하고, 개인정보 취급 교육과 법률상담 기본 소양을 갖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면 유족은 믿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플랫폼도 협조를 더 잘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가 단순한 민간대행이 아닌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서비스로 인식되도록 공공기관과 연계한 절차도 필요합니다. 예컨대 행정기관, 법원, 금융기관과 디지털 장의사 간의 API 연동이나 인증 절차를 마련한다면 유족은 불필요한 서류 작업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고인의 계정을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지금처럼 법적 근거 없이 디지털 장의사가 활동하게 된다면, 가장 고통받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일 수밖에 없고, 정리되지 않은 디지털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족에게 경제적, 정서적 부담을 안기게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디지털 장의사를 제도 안으로 들이는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이 사망자의 권리와 유족의 권리를 동시에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