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처럼 읽는 ‘디지털 장의사’ 실제 서비스 후기

사망 이후 남겨진 계정과 클라우드, 그 속에 담긴 추억들은 종종 유족에게 정리되지 않은 감정으로 남게 됩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데이터를 삭제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고인의 삶을 정리하고 남겨진 사람을 위로하는 조력자입니다. 이 글은 실제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를 이용한 유족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들의 역할을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보겠습니다.

디지털 장의사, 정리되지 않은 고인의 삶을 대신해 주는 사람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일주일째 되던 날, 저는 카카오톡에서 아직도 접속 중으로 뜨는 엄마의 상태 메시지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40대 후반의 직장인 박미현 씨(가명)는 어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나서야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연락처에는 아직도 엄마라는 이름이 그대로였고, 사진첩에는 생전 마지막 여행의 사진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클라우드에는 엄마가 매일 메모해 두던 식단 기록과 손자들에게 보낼 편지가 남아 있었습니다. 「직접 지우려다가, 이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대로 놔두자니, 스마트폰 알림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더라고요.」 미현 씨는 온라인에서 디지털 장의사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는 누군가에게 개인 계정 정리를 맡긴다는 것이 꺼려졌지만,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기에 전문 서비스를 알아보게 됐다고 합니다. 처음 접한 디지털 장의사 업체는 상담부터 조심스러웠습니다. 담당자는 고인의 이메일, 클라우드 계정, SNS 사용 여부 등 디지털 활동 내역을 묻기 전에 정리의 방식부터 질문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데이터를 삭제할 건가요? 아니면 일부를 보존하길 원하시나요?」 그 질문은 단순 기술 서비스를 넘는, 감정의 영역을 건드리는 시작이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먼저 클라우드 자료를 백업한 후, 고인의 개인 메시지, 사진, SNS 게시물 등을 가족들과 협의해 추모 앨범 형태로 재구성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 내역은 인화된 형태로 전달되었고, 구글 포토는 정리된 폴더로 백업되어 가족에게 전달됐습니다. 미현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데이터를 지운 게 아니라, 어머니를 정리해 줬어요. 그 사람의 삶을 내가 감당할 수 있도록 정리해 준 거죠.」

디지털 장의사의 기술력과 공감력, 그 절묘한 균형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기술로만 설명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계정 삭제나 백업, 암호 해제 등의 작업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유족이 감당하지 못하는 정서적 무게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고인의 디지털 유산을 하나하나 열어보는 작업은 단순한 클릭의 연속이 아닙니다. 그 속엔 때로는 유언 같은 메모가, 때로는 평생 말하지 못한 감정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현 씨의 사례에서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파일을 정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인의 일기장을 복원한 텍스트 파일에는 생전에 남긴 일상의 짧은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침에 마신 커피가 쓰다, 손자가 어제 웃었다, 허리가 아프다...」 그 평범한 일상이 남겨진 유족에게는 무엇보다 큰 위로였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어떻게 남기고 어떤 형식으로 전달할지는 디지털 장의사의 판단과 감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l담당자는 사진을 날짜별로 정리한 다음, 그중 일부는 고인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만들어주었어요. 배경음악도 어머니가 자주 듣던 노래였고, 편지처럼 시작하는 자막이 들어갔죠. 이는 단순한 기술적 결과물이 아니라, 고인을 기억하게 만드는 감정의 큐레이션이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또한 법적 절차에도 관여합니다. 구글과 애플, 네이버 등의 계정을 폐기하거나 유족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동의서 등을 정리해 플랫폼에 요청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무 경험이 없는 유족이 혼자 처리하기에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건 기술을 사용하는 태도였습니다. 그들은 계정 하나를 삭제할 때도 유족이 감정적으로 괜찮을지를 먼저 물었고, 사진이나 메시지를 열기 전, 반드시 가족에게 확인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예의였고, 배려였고, 조심스러움이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의 기술은 그렇게 공감력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 남겨진 사람에게 진짜 위로가 되는 직업

서비스가 끝난 뒤, 미현 씨는 디지털 장의사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제야 어머니를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지 장례식이 끝나서가 아니라, 삶의 흔적이 잘 정리됐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디지털 장의사는 요즘처럼 데이터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시대에 죽음 이후의 삶을 책임지는 직업입니다. 단순히 파일을 삭제하는 기능을 넘어서 고인을 이해하고, 남겨진 이들을 돕는 감정의 중개자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이번 사례는 디지털 장의사의 서비스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심리적 회복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족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고인의 죽음 자체보다는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디지털 장의사가 얼마나 공감하며 함께 동행해 주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1인 가구, 디지털 기반 생활의 확산, 온라인 유산의 다양화와 같은 현대 사회의 생활상이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을 점점 더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만 남기던 시대에서 이제는 계정, 이메일, 클라우드, 메신저, 음성 메모까지 고인의 흔적은 모두 디지털에 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정리해 줄 누군가가 꼭 필요합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아직 제도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직업이지만 그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미 누군가의 상실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사람들, 남겨진 사람을 위해 기억을 정리해 주는 사람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장의사가 존재하는 이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