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도 접근 못하는 암호화 자산의 현실, 제도화 공백, 대비책

by leewh0929 2025. 7. 14.

암호화폐, NFT, 디지털 지갑처럼 고도로 보안화된 자산은 디지털 장의사조차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망 이후 이 자산들이 남겨질 경우, 유족은 이를 상속하거나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장의사도 손댈 수 없는 암호화 자산의 현실과 이를 대비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디지털 장의사와 암호화 자산

디지털 장의사가 접근하지 못하는 암호화 자산의 현실

디지털 자산이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지금, 사망 이후에도 온라인 공간에 남겨지는 유산은 단순히 SNS 계정이나 사진 데이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는 물론이고, NFT(대체불가토큰), 메타버스 재화, 디지털 월렛 등 고도로 암호화된 자산들이 사망자 명의로 남아 있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들이 디지털 장의사조차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는 이메일, 클라우드, SNS, 구독 서비스와 같은 플랫폼 기반 계정을 정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는 고객센터를 통한 정식 삭제 요청이나, 유족의 서류 제출을 통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암호화 자산은 플랫폼 개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를 핵심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나 단체도 사용자 지갑에 직접 접근하거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즉, 아무리 디지털 장의사가 유족을 대신해 서류를 제출하더라도, 비밀번호나 복구키(시드 문구)가 없으면 자산은 사실상 영구 봉인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암호화 자산이 소유자의 사망과 함께 영원히 접근 불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비트코인만 해도 약 400만 개 이상이 사망자 지갑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자산이 현재까지도 회수 불가능한 유령 자산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고인의 계정을 정리하고 유족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 수는 있지만, 개인의 개인키(private key)나 24 단어 복구 문구가 없는 상태에서는 지갑 접근조차 불가능하며, 지갑이 어떤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하드월렛(콜드월렛)에 자산을 저장해 놓고 비밀번호나 복구 정보가 없는 경우, 설사 장치 자체가 있더라도 그 안에 저장된 자산을 복구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암호화 자산은 생전 주인의 통제 외에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완전한 개인 소유 형태를 띠고 있으며, 디지털 장의사조차 이러한 구조적 특성 앞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유족은 이런 암호화 자산을 어떻게 정리하고, 대비할 수 있을까요?

암호화 자산을 유족이 상속받기 어려운 이유와 제도적 공백

암호화 자산을 유족이 상속받으려 할 때 가장 큰 장벽은 기술적 보안만이 아니라 법률적, 제도적 공백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암호화 자산에 대한 상속법이 아직 명확하게 정비되어 있지 않거나,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망자의 암호화폐 지갑에 자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입증하는 과정부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우선, 암호화 자산은 중앙 기관 없이도 생성, 보관, 이동이 가능한 자산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소유권을 입증하는 명확한 수단이 부족합니다. 부동산이나 예금처럼 등기나 계좌번호, 명의 정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족은 해당 자산이 사망자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것인지 증명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복구키 없이 지갑을 열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단순히 기기 안에 자산이 있다는 추정만으로는 상속 절차를 시작하기도 어렵습니다. 더욱이 상속세 부과 여부 문제도 복잡해집니다. 국세청은 암호화 자산도 상속세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과세 기준 시점의 시세 평가, 소유 증명, 실질적 회수 가능 여부 등 모든 측면에서 기존 자산과는 전혀 다른 과세 논리가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유족이 상속세를 신고하거나 자산을 처분하려 할 경우 세무서나 법원에서도 암호화 자산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절차가 지연되거나 불가 판정을 받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망자가 남긴 암호화폐 지갑이 휴대폰 앱에 설치된 핫월렛인지, USB 형태의 하드월렛인지, 혹은 온라인 거래소 계정 내에 있는지조차 유족이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암호화 자산 관련 정보를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보관해 왔고, 암호화 자산 특성상 생전에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사후 정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법적으로도 민법 제1005조(상속 개시와 그 효과)는 상속 재산에 디지털 자산도 포함한다고 해석되지만, 실무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디지털 증거 자료, 자산의 실체, 복구 권한 등 구체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상속 집행이 어렵기 때문에 유족은 이중고를 겪습니다. 하나는 자산이 있는데 찾을 수 없는 고통, 다른 하나는 찾아도 법적으로 소유권을 입증하기 어려운 한계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암호화 자산 정리에 있어 디지털 장의사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망 전부터 암호화 자산의 존재와 접근 방법을 명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에 가까운 실질적 대응책이 됩니다.

사망 전 암호화 자산을 안전하게 넘기는 실질적 대비책

디지털 장의사도 손댈 수 없는 암호화 자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사망 전에 스스로 안전하게 정리하고 넘기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디지털 유언장의 작성, 둘째는 암호화 자산 인수 계획을 남기는 것이고, 셋째는 복구 키 분할 보관 같은 기술적 대비입니다. 먼저 디지털 유언장은 암호화 자산의 보관 위치, 사용 지갑, 복구 문구 또는 프라이빗 키 등 접근을 위한 핵심 정보를 문서화해 남기는 방식입니다. 종이에 손으로 적은 문서가 될 수도 있고, 공증을 통해 정식 유언으로 남길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기관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암호화 자산 인수 계획 수립입니다. 이는 유산관리자 지정이나 법무법인을 통한 디지털 자산 사전 위임 계약을 의미하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자산 상속신탁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일부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나 변호사들이 디지털 유산 관리계약을 통해 생전 정보를 위탁받고 사후 처리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기술적 대비책으로, 복구 키를 안전하게 분산 보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4개의 복구 단어를 3곳으로 나누어 가족 2인과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1인에게 보관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보안도 유지되면서 특정인이 사망했을 경우에도 나머지 보관자들이 합의하에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추가적인 방법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보관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거래소는 사망 시 유족이 정식 서류를 제출하면 계정을 이전하거나 자산을 인출할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 이 경우도 생전 실명 인증, 2단계 보안 설정, 계좌 정보 등록 등이 미리 되어 있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암호화 자산은 생전에만 열쇠가 존재하는 자산이므로 이 열쇠를 남겨두지 않으면 디지털 장의사도, 유족도, 국가도 그 누구도 복구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고, 앞으로는 암호화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생전부터 유족과의 정보 공유, 유언장 작성, 분산 보관, 법률 위임 등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