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는 사망자의 온라인 계정과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그 업무 범위는 다른 직업과 비교해 봤을 때,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민법 등 다양한 법률과 충돌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분쟁의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장의사의 법적 권한이 어디까지 인정되며, 실제로 어떤 행위가 법적 한계를 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장의사 업무가 다루는 범위와 법률상의 기준
디지털 장의사란 사망자의 온라인 계정과 디지털 자산을 유족의 요청에 따라 정리해 주는 역할을 맡는 사람 또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들은 보통 SNS 계정, 이메일, 클라우드 스토리지, 사진, 영상,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 내역, 유튜브 계정 등 사망자가 생전에 사용하던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대상으로 삭제, 정리, 백업 등을 진행합니다. 그 외에도 구독형 서비스 해지, 자동결제 중단, 암호화폐 지갑 처리 같은 업무도 일부 포함되며,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사후 정리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업무는 현실적으로 법적인 허용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를 포함한 타인의 계정에 접근하거나 처리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현행법에서는 이와 관련된 여러 규제를 받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정보주체, 즉 개인이 살아 있는 경우에만 그 개인정보에 대해 삭제, 열람, 정정 등의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망자는 법적 정보주체에서 제외되므로 그 정보는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삼자(디지털 장의사 포함)가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유는 바로 해당 정보가 생전 계약관계 또는 타인의 개인정보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서는 타인의 계정에 무단으로 로그인하거나, 타인의 동의 없이 정보를 열람, 삭제, 변경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가 유족의 요청만을 근거로 고인의 계정에 직접 접근하거나 비밀번호를 통해 로그인을 시도하는 경우, 무단 접속 또는 해킹 행위로 판단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실제로 일부 서비스 플랫폼은 사망자 계정에 유족이 접근할 경우, 로그인을 차단하거나 법원의 명령 없이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플랫폼의 이용약관 자체가 디지털 장의사의 권한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서비스들은 사망자의 계정에 대해 생전 설정(예: Inactive Account Manager 또는 추모 계정 전환)이 없는 경우, 제삼자의 삭제 요청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장의사가 정당한 서류를 갖추고 있더라도 플랫폼의 내부 정책에 의해 업무가 거부되는 사례가 많으며, 이러한 플랫폼 측 거부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결국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법률뿐 아니라, 각 서비스 사업자의 약관에도 영향을 받으며, 그 범위는 생각보다 좁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의 법적 권한과 실제 적용 가능한 업무
디지털 장의사가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대부분 유족의 위임을 기반으로 한 개인정보 삭제 요청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2025년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 제36조의2에 따르면, 사망자의 직계존속·비속 등 일정한 범위의 유족은 사망자의 개인정보에 대해 삭제를 포함한 일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유족이 정식 서류(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위임장 등)를 구비해 디지털 장의사에게 위임한다면, 해당 장의사는 유족의 대리인 자격으로 플랫폼에 공식 삭제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정보처리자로 간주되지 않으며, 유족의 정당한 요청을 위임받아 행정적 대행을 수행하는 것으로 분류됩니다. 단, 이 권한은 직접적인 계정 접근이나 비밀번호 해제 등의 행위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즉, 장의사가 계정에 직접 로그인하거나 클라우드에 접속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일 수 있으며,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식 절차를 통해서만 업무를 수행해야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를 무시하고 삭제를 보장한다는 일부 민간 업체의 서비스는 법적으로 매우 위험합니다. 디지털 장의사가 수행 가능한 업무의 범위는 보통 다음과 같습니다: 유족의 요청을 위임받아 플랫폼에 개인정보 삭제 요청 / 사망자의 유언장 또는 생전 설정 내용 기반의 계정 처리 안내 / 사망자의 계정에 연결된 자동결제 해지, 메일 정지 요청 등 / SNS의 추모 계정 전환 절차 대행 계정 삭제가 불가한 경우, 유족과의 협의를 통해 디지털 자산 정리 계획서 작성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업무는 대부분 법적으로 장의사 권한 밖의 행위로 간주됩니다. 예를 들어 유족 요청을 받고 클라우드 파일을 내려받거나 사망자의 카카오톡 대화를 열람하려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또는 타인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유족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법적 정당성이 없으며, 실제로 법적 분쟁이 발생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디지털 장의사의 법적 지위가 애매한 또 다른 이유는 이 직업군에 대한 공식 법적 정의나 자격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이 판단할 때에도 디지털 장의사를 일반 행정대행업체로 보며, 그 업무 범위는 사적 위임의 한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허용됩니다. 결국 디지털 장의사는 유족의 조력자로서 간접적인 삭제 요청을 수행하는 데에 그쳐야 하며, 이를 넘어서면 명백한 법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디지털 장의사의 법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과제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법적 한계와 불분명한 권한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군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입니다. 현행법에서는 이 직업에 대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법률에서 ‘사망자 디지털 자산 처리 대행자’ 또는 ‘유족 위임 정보처리 대행인’과 같은 형태로 디지털 장의사의 법적 지위를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장의사가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족의 정당한 요청과 사망 증명서를 근거로 플랫폼에 정보 삭제, 계정 비활성화, 정지 요청을 한다”는 식의 구체적 권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도 장의사의 요청을 신뢰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장의사 입장에서도 법적 보호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디지털 장의사 자격 요건과 인증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서비스 업체’로 운영되는 현재 구조는 정보보호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며, 자격 검증이 되지 않은 인력이 고인의 개인정보를 취급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 주도로 디지털 장의사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법률 교육, 개인정보보호 교육, 플랫폼 절차 실무 교육 등을 포함한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수료한 인력에게만 자격을 부여해야 합니다. 디지털 장의사와 관련된 제도 개선은 결국 사망자의 권리 보호와 유족의 고통 완화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이어집니다. 디지털 시대의 죽음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례 절차로 끝나지 않습니다.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정리하고 삶의 기록을 존중하며, 그 흔적을 사회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한 계정 삭제 대행자가 아닌 공인된 디지털 유산 관리자로 거듭나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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